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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것들/건강챙겨

[난소기형종에서 자궁내막증까지] 처음 마주한 순간

※ 제가 전달하고 싶은 부분은 밑줄 또는 형광펜으로 강조해두었습니다 ※

수술 앞두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글씨가 흐린색인 부분은 안읽으셔도 되는 부분입니다.


2021년 2월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난소에 혹이 보인다는 결과지를 받았다

혹? 물혹인가? 물혹은 알아서 없어진다고 하던데-하며 별생각없이 상담을 받으러갔다.

검사자는 물혹이라고 소견을 냈는데, 상담하는 의사는 초음파영상을 다시보니

단순 물혹이 아니라 난소기형종 같다고 했다.

 

난소기형종? 그게 뭐에요?

 

양성인지 악성인지는 검사해봐야 알겠지만 아무튼 얘는 그냥은 안없어진다고 했다. 

어차피 언젠가 수술은 꼭 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 수술은 미루고 싶었다.

그렇지만 의사는 환자에게 최악의 경우까지도 알려주는 사람이니까...좀 지켜보고싶다는 무덤덤한 내 태도에

 

암이면 어떡하려고?

라는 직격타를 날렸다.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같은데 겁을 너무 주셨던 것 같다.

그렇게 겁 안줘도 나도 다 검사받고 할건데 굳이 그랬어야만 했나 싶다.

병원서류는 만나이로 나오니 20대 초반으로 나왔을텐데..이렇게 어린애한테 굳이?

 

나는 친구들보다 많이 움직이고,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영양제도 잘 챙겨먹는 편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건강에 자신이 좀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나 어려!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아니라

나 이만큼 알고 이렇게 챙겨!에서 나오는 자신감.

 

그런 나한테 암이라고?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부정]

 

그 다음에는 이 정체모를 혹이 무서워졌다.

부인과에서 다시 정확히 검사해봐야 안다는 애매한 대답이었는데도

"이게 정말 암이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이 나를 덮쳤다.[두려움]

 

나 이제 20대 중반인데..왜? 난 생리통도 없던 사람인데?

생리때마다 아파서 죽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가 왜? [억울]

 

상담받고 집에 가는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먼저 울어야 담담하게 엄마랑 전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지만 엄마 목소리를 듣고 또 울어버렸다.

건강검진센터는 왜 또 잠실로 갔었는지...집 오는 한시간 내내 훌쩍였다.[슬픔]

 

집에 와서 부랴부랴 대학병원을 알아보고 예약하고..

지금 와서 가장 후회되는건 기존에 다니던 산부인과에 제일 먼저 가볼껄-하는 것이다.
대학병원부터 찾을 것이 아니라,
나랑 라포가 형성된 병원에서 먼저 얘기를 나눠봤어야 한다.

병원에 직장에 너무 바빠서 다니던 산부인과까지 갈 여유가 없었던게 문제였다.

이 점이 너무 아쉽다.

 

그리고 수술준비를 시작해야하니

새로 입사한 새 어린이집에는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할지...

해야할건 많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가 너무 복잡했었다.

 

 

 

-처음 질병을 알았을때의 기록